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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갖고…아이 낳고…"지금부터 진짜 삶(시민소리)
 글쓴이 : 우리이웃 | 작성일 : 10-03-10 12:27
조회 : 1,244  
가정 갖고…아이 낳고…"지금부터 진짜 삶"
[세상속이야기]뇌성마비 장애인 마동훈·이순희씨 부부의 특별한 행복
2006년 09월 13일 (수) 00:00:00 안이슬 기자dew@siminsori.com
   
▲ 마동훈·이순희씨 부부. 마씨가 혼자 자립생활을 해 오던 집이 이제는 "가족"으로 채워졌다. ⓒ안이슬
"의욕과 책임감 때문에 욕심이 부풀어 오르는 느낌 이예요. 가족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자립에서 결혼, 그리고 출산까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삶이지만, 뇌성마비 장애인 마동훈(38)씨와 이순희(35)씨 부부에게는 좀 더 특별한 행복이다. 특히 장애 때문에 결혼을 생각해 본 적 없었다는 마동훈씨는 행복을 안겨준 아내가 고마웠다.

"아내와 결혼하기 전 병원을 찾았을 때, 앞으로 허리가 더 휠 거라고 하더군요. 심하면 심해졌지, 장애가 나아지지는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결혼은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죠. 그런데 아내가 먼저 청혼을 해줬어요."

5년 전 마동훈 씨가 21년 동안의 보호시설 생활을 자립을 하자, 얼마 후 '따라서' 자립을 했다던 이순희 씨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누군가 이순희 씨에게 '결혼해야지'하고 말을 건네면 '저는 준비가 됐는데 누가 눈이 높아서….'라고 말했던 그녀였다.

결국 아무리 눈치를 줘도 대답 없는 남편이 답답해 아내가 먼저 청혼을 했다. 두 사람 다 장애가 심하지만 남편의 아이를 낳고 남들처럼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고 싶다는 청혼이었다. 남편은 몇 달을 고민했다. 장애가 더 심해질 거란 의사의 말이 마음에 걸렸고, 혼자였던 삶에 누군가를 들여놓는 다는 것이 낯설기만 했다.

"대답을 계속 미루기만 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참 고맙더라구요. 우리가 드나들던 '우리이웃자립생활센터'에만 보더라도 저보다 장애정도가 덜하고 더 활동적인 사람들도 많은 데 그중에 절 '뽑아 준' 거잖아요. '이 사람이 나를 사랑하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두 사람은 지난 해 5월 결혼식을 올렸다. 한 달 전에는 아들 윤상이가 제왕절개 수술로 건강하게 태어나 싱글벙글이다. 아이를 받은 의사도 "장애를 가진 부모에게서 이렇게 건강한 아이가 나오다니 놀랍다"며 기뻐했단다.

   
▲ 지난 5월 치러진 부부의 결혼식.
하지만 기쁨 한편엔 걱정도 있다.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보호시설에 맡겨진 아이를 일주일에 두 세번 정도만 안아볼 수 있기 때문. 두 사람이 떠나왔던 시설에서의 삶을 갓 태어난 아이가 겪게 돼 마음이 편치 않기도 하다.

부부는 내년 이맘때쯤 시설에서 아이를 찾아와 키울 계획이다. 매일 인터넷을 뒤져 육아법이나 건강 상식을 익히는 두 사람에게 가장 힘든 것은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이다. '자신의 몸도 가누지 못하면서 아이를 기를 수 있겠냐'는 말이 제일 상처로 다가온다.

"당신들이야말로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요?"

얼마 전 부부를 한숨짓게 만든 일이 있었다. 예방접종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병원을 찾았던 날, 그들을 놓고 수군대던 사람들 때문이었다.

'저 사람들 아이가 맞냐' '저러다가 아이 떨어트리면 어쩌냐' '저런 몸으로 잘 키울 수 있겠느냐'.

그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에 부부는 상처를 받았다. 마동훈 씨는 "꼭 동물원 원숭이가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몸이 온전한 사람도 아이 낳아서 버리고, 키우다 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요.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느냐고 묻는 그들에게 먼저 묻고 싶었어요. 생명이 그렇게 쉬운 것이냐고. 당신들이야말로 아이를 기를 수 있는 사람들이냐고."

   
▲ 한달 전 태어난 윤상이와 함께한 부부. 아이를 받은 의사가 "이렇게 건강한 아이가 태어났다니 놀랍다"며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다.
마동훈 씨는 비장애인들이 가끔 물어봐선 안 될 개인적인 부분까지 서슴지 않고 묻는다며 꼬집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미성숙한 존재로 봐요. '생각이 어리니까 괜찮겠지'하며 해서는 안 될 말도 내뱉어버리죠. '예쁜 여자를 보면 어떻느냐' '성관계를 하고 싶느냐' 이런 질문을 들으면 정말 수치스러워요. 장애인도 '사람'이예요.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같아요. 비장애인들이 자신에게 그 말이 돌아갔을 때 기분이 어떨지 생각해본 뒤에 말했으면 좋겠어요."

장애인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저녁 일곱 시가 가까워졌다. 부부는 활동보조인이 와야 식사를 할 수 있다. 활동보조인은 말 그대로 중증장애인이 생활을 할 수 있게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장애인의 자립은 비장애인의 그것과는 다르다.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하고, 정 할 수 없는 일을 보조받는 것이다. 혹자는 그럴 바에야 시설에서의 생활이 낫지 않느냐고, 자립은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장애인에게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신만의 공간을 갖고, 스스로의 가정을 꾸려 행복할 권리가 있다. 모든 것을 '알아서' 해주지만 개인생활을 하기 힘든 시설에서는 그 자유가 꿈도 못 꿀 이야기다.

"저는 21년, 아내는 28년동안이나 시설 생활을 했어요. 타인이 해주는 대로만 사는 수동적인 삶이었죠. 무엇하나 내가 원해서 먹고, 입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원하는 것에 대해 목표도 가질 수 있고 무엇보다 가정을 꾸렸잖아요. 지금의 삶이 '진짜 삶' 같아요."

   
▲ 마동훈씨는 아이의 얼굴만 봐도 싱글벙글이다.
마동훈 씨는 현재 자신들의 자립을 도왔던 '우리이웃자립생활센터'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며 다른 장애인들의 자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들에게도 '진짜 삶'을 누릴 권리를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내년 이맘때, 윤상이가 부부의 품에 안기면 두 사람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생각보다 어려운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어렵게 자립을 했듯이, 앞으로의 난관들도 잘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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